우연히 교보문고에서 김창완 님의 책을 집어 들게 됐다. 내게는 별에서 온 그대에서 변호사 역할을 맡았던 그 모습이 마음속에 남아있는 거 같다. 그래서 보면 반갑고, 정겹고 그렇다.
찌그러져도 동그라미라니. 생각 해본 적도 없는 얘기다. 동그라미를 그려본 적도 별로 없지만, 찌그러진 동그라미는 생각도 안 해본 거 같은데, 무슨 얘기일까 궁금했던 거 같다.
기분은 날씨 같은 것이라고.
어떤 날은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지는 게 힘이 펄펄 나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몸이 진흙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몸이 힘들면 마음이 가라앉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것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날씨 같은 거라고 여기면 되는 거예요.
바람 불다, 비가 오다 그러다 햇살이 비추기도 하는 거거든요.
또 그러다 흐리기도 하고.
책 도입부를 읽으면서 김창완 님 특유의 말투가 머릿속에서 울리는 거 같았다. 말을 어쩜 이렇게 예쁘게 할까? 담백하다는 표현이 맞는 건가. 어쨌든. 뭘 보고 자라야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잠시 생각했다. 많이 써봐야겠지 뭐.
열심히 괴로워 하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책
학창 시절을 너무 허투루 보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20대 후반부터는 꽤 열심히 살았던 거 같다.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라는 미국 월스트리트 어딘가 사는지 마는지 하는 사람들의 조언에, 시간을 빼곡하게 채워서 살았다.
미라클 모닝, 아침 명상, 아침 운동, 출근길 스픽으로 영어회화 공부, 점심시간에는 프로그래밍 공부, 집에 와서는 독서, 아이들 재우고 게임 개발... 딱히 싫지는 않았던 거 같다. 스스로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도 있었고, 뭔가 성장하고 있다는 즐거움도 있었으니까.
문제는 강박이었다. 빼곡한 투두리스트 중 뭐 하나라도 빠트려놓은 날은 시작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사람 사는 게 계획대로 될 수 없는 건데, 내 계획이 틀어지면 그것이 짜증 났다. 당연히 겉으로 드러났고, 부정적인 감정은 쉽게 사람들을 괴롭혔겠지. 아내나 아이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꽤 힘들게 했던 거 같다.
다행히도 이런 강박적인 태도가 문제라는 것은 빨리 알아차렸다. 그래서 최근 몇 개월 동안은 조급해하지 않고, 마음에 여유를 갖자는 태도로 하루하루를 보내왔던 거 같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찌그러져도 동그라미라는 책은 꼭 나를 위로해 주는 거 같았다.
세상살이라는 게 그렇게 자로 잰 듯 떨어지지 않습니다.
좀 여유롭게 생각하세요.
너무 매일매일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위에 그린 동그라미를 네모라고 하겠습니까,
세모라고 하겠습니까?
그저 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들입니다.
우리의 일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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