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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동안의 전기 현장 업무가 예기치 않게 끝이 났다. 자의 반, 타의 반이었지만, 아마도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최근에 인천 전기차 화재 사건이나 전기차 충전기 점검 중 발생한 사망 사고 등 전기 관련 사고들이 잦아지면서 전기차 충전기 설치 업무가 완전히 멈춰버렸다. 처음엔 1주일 정도 걸릴 줄 알았지만, 2주, 그리고 4주가 흘렀다.

성인이 된 이후 이렇게 길게 쉬어본 적이 없어서 불안감이 커졌다. 나는 가장이자, 전세 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주거에 대한 불안감이 나를 더욱 흔들었다. 결국 나를 믿고 써주신 팀장님께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더 이상 이렇게 놀 수 없었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 전기일을 시작했을 때, 팀장님은 일이 많든 적든 월 300만 원을 맞춰주겠다고 하셨다. 하루 일당은 17만 원이었기에, 20일만 일해도 340만 원이 되니 300만 원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중에야 팀장님이 나를 배려해주신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다행히 운이 좋게도 예전에 일하던 곳 근처의 특장차 수리 업체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몇 달 사이에 일이 몇 번이나 바뀌다 보니 적응하는 데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들었다. 이제는 이 기술을 깊이 익혀서 앞으로의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야겠다고 다짐한다.

전기기능사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실기 시험을 준비하던 중, 자동차 차체 수리 기능사라는 자격증이 현업과 더 밀접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마음은 조급하고, 조금이라도 더 벌어볼 생각에 집수리 프리랜서로 밤에 일해볼까 고민도 했다.

공구를 다루고, 현장에서의 감각을 키워가며, 지금 하는 일과 연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속도가 나질 않았다. 기술이 아직 부족한 상태에서 남의 집 문제를 해결하러 가는 게 옳은지 계속 고민했다. 수전 교체나 변기 교체 같은 일이 내가 하는 일에 정말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도 남아 있었다.

 

일단 해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가급적이면 현업에서 쓰이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야 될 거 같다. 자동차 차체 수리 기능사를 공부하면서 배운 것들로 주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도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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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정도 됐을까. 판교의 차도는 분주했다.

버스부터 공사장 인부, 출근하는 회사원까지,

이른 아침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활기가 돌았다.

이 일의 장점 중 하나가 내가 가보지 못한 다양한 장소에 가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는 일은 비슷하지만 매일 새로운 장소에서 일하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현장 옆에는 교촌 본사도 있었다.

입구에 서 있던 어떤 남자가 G90에서 내리는 한 남성을 재빠르게 마중 나와

차문을 열어주었다. 회사 임원이었을까? 아님 큰 거래처 손님이었으려나?

 

뭐가 부러운 건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찰나의 순간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과 그 사람이 가졌을 법한 모든 것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초라한 기분이 들었다.

 

가진 것에 감사하자,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며 열심히 살자,
나에게도 좋은 날이 온다!라는 말을 매일 되뇌어보지만

눈에 보이는 무언가는 나를 쉽게 괴로움에 빠지게 하는 거 같다.

2시간 정도 오전 작업을 끝나고, 잠시 바깥바람을 쐬러 나왔다.

건물을 하나 올리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모두가 각자 역할을 가지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조금 멋졌다.

나도 언젠가는 능력 있는 기술자가 돼서 인정받는 그날이 올까?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안되지만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여유로운 환경에서 살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원할 때 하며 살아가고 싶다.

올해 초 경제적 자립을 원했고, 어쩌다 보니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 실현됐다.

 

돈을 많이 벌고,

사업적으로 성공하고,

전문기술자가 되어 높은 보수를 받는 등의 상황은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다.

있다 해도 내가 어찌해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 높은 기술력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사업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질을 가질 수 있도록 배우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주사위를 던져보는 수밖에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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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만 해도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고양감.
잘될 거라는 대찬 믿음이 가득했습니다.

새로 뭔가를 시작한다는 마음과
10년 간 부모님과 함께한 사업을 그만두고 나가는 것이,
더 큰 책임감을 갖게 해 주었던 거 같아요.

한 달 정도가 지난 지금 제 마음은 어떨까요?
저는 차분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해가 떴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요즘 같은 변덕스러운 날씨 같아요.

어서 전문가가 되고 싶고,
큰돈을 벌고 싶고,
내 사업을 다시 하고 싶고,
조급함이 가득한 요즘이에요.

그래서 유튜브도 시작하고,
이렇게 블로그 글도 쓰고 있지요.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하면 쉽게 지치는 타입이라
일단은 우선순위 1만 열심히 해보려 합니다.
준공 취급을 받을 수 있도록
전기 쪽 지식과 경험에 꾸준히 시간을 투자해 봐야겠어요.

좋은 날이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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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 번째 미션은 볼라드의 앙카볼트와 너트가 체결되어 있는 부분에 고무로 된 캡을 씌워주는 간단한 미션. 비 온 뒤 흙 등이 나사산 사이에 스며들어서 청소가 선행되어야 하는 작업이다.

캡은 왜 씌우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지난번 카스토퍼 제거 작업하던 때가 떠올랐다. 나사 쪽에 습기가 차면 녹이 슬어서 나중에는 너트제거가 불가능해진다. 야마 난다고 표현하는 거 같다.

작업하다 잠시 쉬는 타임. 일을 하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문뜩 살아있는 것에 감사할 때가 있다. 일할 수 있고, 가족들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게 감사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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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현장에 투입된 지 어느덧 4주 차다. 3개월 정도 소요되는 아파트 공사를 시작하고 난 뒤 투입되었는데, 우리 집만큼이나 정겹다.

전기일 덕분에 오늘은 공동구라는 곳에 들어오게 되었다. 먼지 투성이라 방진마스크가 필수이다. 이곳에는 물이 지나다니는 배관부터 통신케이블, 전기케이블 등이 철제 트레이에 난잡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아파트 관리소 직원들도 자주 올 일이 없지 않을까? 자주 다니고 싶지는 않은 곳이다. 숨쉬기가 힘들다!

이 길이 제일 좋다. 왜냐하면 밥을 먹으러 갈 때 반드시 지나다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을 시작하면 살이 쪽쪽 빠질 거라 기대했는데, 밥을 너무 잘 먹어서인지 잘 안 빠진다. 땀을 비 오듯 흘리는데...


어쨌든 오늘 점심은 해물 짜장 곱빼기를 시켰다. 맛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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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70m 정도의 케이블을 포설하는 날. 지원팀 2분이 빠지면서 7명이서 하던 작업을 5명이서 하게 되었다. 혼자 케이블 당기는 거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반가운 포터가 등장! 포터가 엄청난 마력으로 케이블을 당기는 임무를 맡게 됐다.

오전에 작업할 케이블 드럼. 한 통에 174m씩 감겨져 있다. 다른 현장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우리 팀은 장거리 포설 작업에는 바(밧줄)과 PVC 파이프 관을 연결하여 작업한다. 상당히 너저분해 보이지만 작업 후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쓰레기들을 항상 치운다.

다른 방향으로 포설해야하는 케이블은 8자 형태로 감아둔다. 굵기에 따라 다르지만 피뵈 안에는 구리선이 있는데, 잘 구부러지지 않는다. 매우 단단하고, 장력이 강해서 조심해야한다. 튕긴 구리선에 맞아서 골절상을 입은 분도 있다고 전해들었다.

젖은 손, 젖은장갑으로 줄을 당기다 보면 이렇게 손바닥이 까져버린다. 아마 경력이 쌓일수록 내 손은 굳은살 덩어리가 되지 않을까...한창 야인시대를 보던 학창 시절에는  단단한 손이 남자의 상징이라 생각했었다. 그렇다. 알파메일의 손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을 마무리 한 뒤 우두커니서서 잠시 영상을 찍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뿌듯했다. 힘든 일을 끝내고 난 뒤의 만족감? 집에가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볼 수 있다는 해방감? 어쨌든. 오늘 하루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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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 다음 현장은 화곡이다. 나는 전기 조공으로써 전기차 충전기 설치 보조를 다니고 있다. 다른 현장은 모르겠으나 지금 내가 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가 않다.

선임기공 공구 챙겨드리고, 사다리 옮기고, 케이블 당기고 힘쓰는 일 정도 하면 된다. 나는 조금 더 빨리 배우고 싶은 마음에 하루 일과가 끝나면 그날 업무일지를 쓰면서 회고하고 있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날이라 식겁한다. 지하 작업 도중 물이라도 넘치면 어쩌나... 겁쟁이 일꾼은 이렇게 마음 졸이며 일을 다닌다.

오늘 포설할 케이블들이다. 케이블을 전기실 등에서 끌어다 쓰기 위해 케이블을 천장 또는 지중에 까는 작업을 포설이라고 한다. 현재 대부분 아파트, 오피스텔에 작업을 들어가서 업무 프로세스는 비슷한 편.

그러나 신축인지, 구축인지에 따라 다르고, 건물 마다 환경이 제각각이라 작업 난이도가 매번 다르다.

 

수 십 미터 되는 거리의 케이블을 두 사람이 손으로 잡아당겨야 하는데, 고되다... 모터로 감아서 당기는 기계도 있다고 하던데 사줬으면 좋겠다. 

점심은 케이블을 다 풀어놓은 드럼통을 눕혀놓고, 중식을 시켜 먹었다. 이런 것도 노가다의 낭만이라면 낭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렸을 때는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무조건 편한 일! 고생 안 하면서 큰돈 버는 일! 만 찾아 헤맸었는데, 요즘 들어 현장 기술이 나와 꽤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나는 즉각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나 지식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잘하기도 하고. 그래서 게임 개발 공부를 꽤 열심히 했었고, 재미있게 했었다.

 

 

ㅇ오전 작업을 마무리 하니 소나기도 그쳤다. 아직 작업이 좀 남긴 했지만, 뿌듯하다! 내가 가진 기술로(정확히는 아직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일은 즐거운 거 같다. 노가다하면서 무슨 그렇게까지 생각하냐 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렇다. 

 

지금 당장 내가 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거 같고, 남들과 비교하면 한없이 초라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에게 맞춰져있는 기준을 나에게로 옮기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자주 글로 정리해 보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언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전기 일을 열심히 배워서 자격증을 따고, 기술을 활용해 창업을 하고 싶다. 이케아에 가면 잘꾸며진 쇼룸을 보면 나도 저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그래서 전기기술을 활용해 공간과 관련된 사업을 해보고 싶다. 어떻게 연결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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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조공으로 일을 시작한 지 벌써 3주 정도가 됐다. 현장의 무자비함(?)과 폭언, 욕설 등을 어느 정도 예상했었는데, 다행히도 좋은 분들과 일을 하게 되었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아침의 여유가 아닌가 싶다. 나는 매일 맥주를 3,4캔 씩은 마시고 잤었다. 그 때문에 다음 날 아침에 엄청난 피곤이 동반되고는 했다. 전기 현장에 나가고 나서는 자연금주가 된다. 다음 날 새벽 5,6시에 기상해서 현장으로 가야 되기 때문에 체력관리가 필수다.

역시 환경설정만큼 나약한 인간에게 극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은 없는 거 같다.

노가다 입문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것이다. 이것저것 찾아보면 못한다. 그리고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므로, 직접 겪어보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리서치는 오히려 편견을 갖게 할 수도 있기에... 어찌 됐든 마곡 노가다는 순한 맛으로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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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36살이 되는 2024년은 아버지와 고물상을 시작한 지 10년 차가 되는 해이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큰 걱정 중 하나가 '하다가 망하면 어쩌지'였는데... 최악의 경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나는 떠나기로 결심했다. 자영업자 대부분이 5~8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닌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참 감사하게도 운이 좋았다. 10년 동안 망할 위기 없이 아이를 둘이나 키웠고, 온 가족이 달라붙어 먹고 싶은 거 먹으며 배불리 살았다. 내 집 마련까지 했으니(지금은 없지만) 자영업자로써 경험해 볼 수 있는 감사한 일들을 많이 해본 셈이다.

 

이제는 위기다. 더 이상 모두가 붙어 있을만큼의 돈을 벌 수가 없다. 고물상은 경기를 정말 심하게 탄다. 특히 제조업. 굳이 통계를 내보지 않아도 내가 있는 산업단지의 제조업체들은 모두 망해가고 있다. 잘 나가던 제조업체들도 매출이 반토막 나기 일쑤고, 처음부터 큰 경쟁력이 없었던 쪼끄만 회사들은 이미 문을 닫았다.

 

그들이 만든 제품의 부산물을 매입하며 살아가는 고물장수는 이 흐름을 이겨낼 방도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막연하게 버티기에는 내 나이도 곧 40이고, 이러다 망하면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 같았다. 불안감은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고, 노가다판에서 전기를 배워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했다.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

전기를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은 깊은 고민에서 나온 결론은 아니었다. 친척분이 전기 쪽 현장에서 오래 근무를 하고 계셨었고, 일을 좀 배울 수 있냐고 허락을 구했고, 바로 OK사인이 떨어졌다. 이 것 역시 참 감사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친척이 아니었다면 생판 모르는 남에게서 싫은 소리 들어가며 배우지 않았을까...

 

어찌 됐든 10년 차 고물장수의 생활을 끝내고, 새로 뭔가를 배운다는 사실이 설레기도 한다. 동시에 두렵다. 동네 구멍가게로 사장이었고, 위에는 아버지 하나뿐이었다. 이제는 나이를 떠나 내가 가장 초보이고, 배워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남밑에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모두를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배우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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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트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 봤다면, 이번 포스트에서는 내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한 번 추적해 보기로 했다.

 

아침 7시 ~ 오후3시 : 본업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내가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쉴 틈 없이 일을 하기도 하고, 일이 없어서 띵까띵까 보내는 시간도 있다. 요즘에는 외근을 나가서 신규 거래처를 만들기 위해 영업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말 하기 싫고, 나가서 모르는 사람들한테 착한 척하며 인사를 하고 다니는데 현타가 온다.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지...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다.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떠오르기 전까지는 일단 이 불편함을 익숙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어찌 됐든 생업이다. 안 할 수가 없고, 우리 가족을 먹여 살려주는 고마운 일임에는 분명하므로 일단은 해야 하는 일이다.

 

오후 3시 ~  8시 : 육아 || 자기 계발 || 운동

퇴근 후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다. 첫째 아이가 학교에 들어갔고, 둘째도 유치원에 가게 되면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그전까지는 퇴근 후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경험들을 해보는데 시간을 썼던 거 같다. 요즘 4시 정도부터 8시까지 같이 밥을 먹거나, 장을 보러 가거나, 도서관에 가거나,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주 3회 정도 헬스장에 가서 1시간 정도 웨이트를 한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을 때는 흥미가 생기는 일들을 해보고 있다. 독서나 개발, 새로운 거 배우기 같은 것들에 시간을 쓰는 거 같다. 개인적으로 이 시간에 어떤 생산적인 일을 채우는데 보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저녁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앞으로 정하게 될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에 시간을 써보려고 한다.

 

오후 8시 ~ 자정 : 자기계발 || 웹툰 보기 || 게임하기

보통 8시부터 10시 정도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뭐라도 한다. 영상 편집일 때도 있고,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보며 마음을 다잡을 때도 있다. 또는 게임을 하기도 하는데 깊게 하지는 않는다. 가볍게 30분 정도 밀린 숙제를 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거 같다.

 

원래는 게임 개발 공부를 하는데 시간을 썼었다. 사실 아직까지 놓고 있지 못할 뿐이지 꾸준히 시간을 투자했다고 볼 수는 없을 거 같다. 개발을 하면서 '내가 이걸 왜 해야 되지?' 하면서 1주일 까먹고... 또 1주일 열심히 하다가 1주일 까먹고... 이런 식으로 2년을 쓴 거 같다. 그 사이에 워드프래스 블로그에 잠시 빠졌다가, 애드센스 승인까지만 받고 다시 게임 개발로 돌아왔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게임을 만들어봤나? 생각해보면 영상을 보고 따라 만든 게임 2~3개, 외주 게임 1개가 전부인 거 같다. 게임 개발을 좋아하는 거 같지는 않다.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고.

 

무엇을 해야하나?

모르겠다. 일단 해봐야 이게 나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해보긴 해볼 생각이다. 최근 '미국에서 컵밥 파는 남자', '홍보의 신', '일류의 조건', '한산이가 인터뷰', '그릿' 등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정리되고 있는데, 대충 다음과 같다.

 

1. 섣불리 '한 길'만을 고집하지 않기. 여유를 갖고 고민하되, 결정했다면 과감하게 밀어붙이기

 

미국에서 컵밥 파는 남자라는 책의 저자 송정훈 씨는 '컵밥'이라는 브랜드로 미국에서 나름 이름을 날리는 인물이다. 일단 부딪혀보는 건 나와 비슷하지만 삶의 전반적인 태도는 나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훌륭하다. 

 

일단 근본적으로 나는 매사 부정적인 사람이다.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끊임없는 자기 비하와 낮은 자존감으로 살아간다. 성장할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진짜로 그것을 믿지 못한다고나 할까. 내 모든 문제가 '꾸준히 하지 못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서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강박도 있는 거 같다.

 

그래서 게임 개발이라는 것을 너무 오랫동안 잡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내가 좋아하고, 흥미 있어하는 일이었다면 '게임 만드는 일'만큼은 계속하지 않았을까? 이번에도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을 너무 오래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내가 너무 성급하게 이 길이 내 길이다라며, 나 자신을 몰아붙이지는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됐다. 

 

어찌 됐든 책에서는 이 것 저것 경험해 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고, 일단 행동하는 게 먼저지만, 여유를 갖고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고민해 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마음먹은 일은 어떻게 하든 끝까지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된다는 조언도 함께.

 

2. 롤모델 찾기

 

강한 동경심을 느끼거나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 또는 이 같은 행동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따라 하라'라고 책들에서 조언했다. 모방의 목적은 나만의 것을 재창조하기 위함이다. 외형만 따라 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되고, 그것들이 본질적으로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랜 시간 내가 꾸준히 동경해 오던 사람들은 '꾸준히 시간을 투자해 결과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었던 거 같다. 그리고 자기만의 색깔로 주체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나 단체? 회사 등에게서 깊은 존경심과 경이로움 등을 느꼈던 거 같다. 그래서 '나만의 길'은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3. 큰 물에서 놀기

 

기왕 뭘 할 거라면 이미 시장의 크기가 큰 곳에서 뭐라도 해라라는 식의 이야기들을 주의 깊게 보게 됐다. 유튜브에서도 그렇고, 사업적인 부분에서도 그렇다. 내가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 밀어붙이기 위한 자질도 상당히 부족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때문에 뭘 하더라도 시장이 큰 곳에서 놀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서 해야 뭘하더라도 된다.

 

정리하자면

나가 꾸준히 보내고 있는 시간은 결국 '자기탐색의 간'인 거 같다. 뭘 해야할지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그리고 무언가를 해보면서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아닌지 탐색하는 과정에 있는 거 같다. 이미 앞서가는 사람들은 이 것을 빠르게 찾은 사람들일 것이다. 몇 가지 경험을 깊이 있게 했거나, 다양한 경험을 폭넓게 했거나.

 

내 스스로가 떳떳할 수 있게 어떤 형태로도 최선을 다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이 것만큼은 내가 후회 없이 해봤던 거 같다는 경험이 내게는 필요한 거 같다. '이거 왜 계속해야 되지?'라는 물음에서 자꾸 방향을 트는 일은 이제 그만하자. 계속 시간을 쓰다 보면 나도 잘할 수 있어라는 성장형 마인드셋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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