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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동안의 전기 현장 업무가 예기치 않게 끝이 났다. 자의 반, 타의 반이었지만, 아마도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최근에 인천 전기차 화재 사건이나 전기차 충전기 점검 중 발생한 사망 사고 등 전기 관련 사고들이 잦아지면서 전기차 충전기 설치 업무가 완전히 멈춰버렸다. 처음엔 1주일 정도 걸릴 줄 알았지만, 2주, 그리고 4주가 흘렀다.

성인이 된 이후 이렇게 길게 쉬어본 적이 없어서 불안감이 커졌다. 나는 가장이자, 전세 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주거에 대한 불안감이 나를 더욱 흔들었다. 결국 나를 믿고 써주신 팀장님께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더 이상 이렇게 놀 수 없었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 전기일을 시작했을 때, 팀장님은 일이 많든 적든 월 300만 원을 맞춰주겠다고 하셨다. 하루 일당은 17만 원이었기에, 20일만 일해도 340만 원이 되니 300만 원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중에야 팀장님이 나를 배려해주신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다행히 운이 좋게도 예전에 일하던 곳 근처의 특장차 수리 업체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몇 달 사이에 일이 몇 번이나 바뀌다 보니 적응하는 데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들었다. 이제는 이 기술을 깊이 익혀서 앞으로의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야겠다고 다짐한다.

전기기능사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실기 시험을 준비하던 중, 자동차 차체 수리 기능사라는 자격증이 현업과 더 밀접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마음은 조급하고, 조금이라도 더 벌어볼 생각에 집수리 프리랜서로 밤에 일해볼까 고민도 했다.

공구를 다루고, 현장에서의 감각을 키워가며, 지금 하는 일과 연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속도가 나질 않았다. 기술이 아직 부족한 상태에서 남의 집 문제를 해결하러 가는 게 옳은지 계속 고민했다. 수전 교체나 변기 교체 같은 일이 내가 하는 일에 정말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도 남아 있었다.

 

일단 해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가급적이면 현업에서 쓰이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야 될 거 같다. 자동차 차체 수리 기능사를 공부하면서 배운 것들로 주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도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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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포텐셜
타고난 재능은 기회와 환경, 동기부여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일 뿐, 누구나 자신 안에 ‘숨은 잠재력’을 발휘하여 더 높이, 더 멀리 날 수 있다! 심리학은 물론 경제경영, 자계계발 분야를 넘나드는 탁월한 주제 선정과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행동 지침과 선한 영향력까지… 출간하는 책마다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기브 앤 테이크》, 《오리지널스》, 《싱크 어게인》의 저자이자 와튼스쿨 조직심리학과 최연소 종신교수인 애덤 그랜트가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히든 포텐셜》을 펴냈다. 우리는 타고난 재능에만 주목하고 집중한 나머지 뒤늦게 발견되고 길러질 수 있는 숨은 잠재력에 대해서는 쉽게 간과한다. 그리고 이러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해 과소평가되고 묻혀버린 이들에 대해 개인의 능력 부족과 노력의 실패라고 단정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저자는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된 출발과 성과 중심의 잣대가 실제로는 균등하지 않은 기회와 체제에서부터 비롯되었음을 밝히고, 그것을 타계해 나갈 수 있는 진짜 숨은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방안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지침과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
애덤 그랜트
출판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2024.01.25

얼마 전 조승연 작가님이 애덤 그랜트라는 분을 인터뷰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영상 초반을 보자마자 바로 책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도서관에 부리나케 달려가서 빌려왔더랬죠.

 

요즘 아무것도 하기 싫고, 뭔가를 배워도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던 차에

개인적으로 유용한 인사이트를 몇 가지 얻어서요.

블로그에 공유해보고 싶었어요.

목적이 있는 불편함을 증폭시키기

우리가 위에 보이는 과녁 한 가운데에 총알을 맞추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죠.

가운데 맞추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운데로 많이 쏴봐야 되지 않을까요?

 

근데 많은 사람들이 총을 과녁에 쏘는 행동 대신에

총을 잘 쏘는 방법을 먼저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초보자가 쏘기 좋은 총은 어떤 것들이 있고,

심지어 총을 쏘다가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염려하는 등의 행동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고 지적해요.

(책에서 나온 예시는 아닙니다만)

 

사실 어떻게 보면 집에 가만히 앉아서 영상을 찾아보고,

인터넷에 정보를 검색해보는 행위는

사격장에 가서 총을 직접 쏘는 것과 비교했을 때는 매우 편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어찌 보면 어떤 것을 잘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인 거죠.

 

그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우리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할 행동을 하기 위해선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거 같아요.

 

저는 예전에 게임 개발을 했었어요. 단순한 흥미와 호기심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결국 마음속 깊은 곳에는 '게임 개발로 성공하고 싶다'라는 욕구가 있었던 거 같아요.

 

근데 저는 유튜브에서 골드메탈님 영상을 보며, 따라 만들면서 매일매일 시간을 보냈습니다.

게임을 만들어 배포를 하고, 피드백도 받으면서 게임을 만들어봐야 되는데,

공부하면 할수록 부족함이 느껴지고, 그러다 보니 문법을 공부하고

최신 기술을 학습하는 등 목적 달성과는 거리가 먼 행동만 하고 있더라고요.

 

게임개발로 돈을 벌고 싶으면서

영상 보면서 따라 만드는 게 쉽고 재밌으니까 불편함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았던 거죠.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뭔가를 해나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내가 왜 그 행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목적을 깨닫는 것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불편한 상황 속에

나를 던져 넣는 과감함도 가져야 된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첫날부터 말하기를 한다는 아이디어는 학습에 대한 내 생각을 바꿔놓았다.
코딩도 첫날부터 만들 수 있고,
가르치기도 첫날부터 할 수 있고,
코치도 첫날부터 할 수 있다고 말이다.
기량을 연습하기에 앞서 편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기량을 연습하면 점점 편안해진다.

 

주도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스펀지형 인간'

저는 성장에 대한 욕구가 꽤 강한 편입니다.

그러나 주도적으로 적극적으로 배워나갈 때보다

타인에 의해 자극을 받고 행동할 때가 더 많다고 느꼈어요.

 

예를 들어 전기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누가 대놓고 알려주지 않거든요.

근데 내가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학습해 나가기보단

사수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질문을 하고, 형편없는 답변을 들었을 때 그냥 받아들일 때가 꽤 있더라고요.

더 알아볼 생각은 안 하고, 그냥 거기서 사고가 멈추는 거죠.

 

이런 사람을 책에서는 '찰흙'에 비교하는데요.

성장에 대한 욕구도 있고, 충분히 변화하지만

누가 만져주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 찰흙처럼 주도성은 떨어진다고 지적해요.

 

한 투창 선수의 예를 들면서 적극적으로 배워나가길 주저하지 않고,

스펀지처럼 학습해나가다 보면 위대한 성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내가 어떤 일을 잘하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것을 잘하기 위해 적극적인 태도로 학습해 나가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전기일을 잘하고 싶다?

알려주지 않아도 잘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는 좋은 환경에 살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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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를 읽고  (0) 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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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정도 됐을까. 판교의 차도는 분주했다.

버스부터 공사장 인부, 출근하는 회사원까지,

이른 아침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활기가 돌았다.

이 일의 장점 중 하나가 내가 가보지 못한 다양한 장소에 가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는 일은 비슷하지만 매일 새로운 장소에서 일하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현장 옆에는 교촌 본사도 있었다.

입구에 서 있던 어떤 남자가 G90에서 내리는 한 남성을 재빠르게 마중 나와

차문을 열어주었다. 회사 임원이었을까? 아님 큰 거래처 손님이었으려나?

 

뭐가 부러운 건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찰나의 순간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과 그 사람이 가졌을 법한 모든 것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초라한 기분이 들었다.

 

가진 것에 감사하자,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며 열심히 살자,
나에게도 좋은 날이 온다!라는 말을 매일 되뇌어보지만

눈에 보이는 무언가는 나를 쉽게 괴로움에 빠지게 하는 거 같다.

2시간 정도 오전 작업을 끝나고, 잠시 바깥바람을 쐬러 나왔다.

건물을 하나 올리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모두가 각자 역할을 가지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조금 멋졌다.

나도 언젠가는 능력 있는 기술자가 돼서 인정받는 그날이 올까?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안되지만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여유로운 환경에서 살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원할 때 하며 살아가고 싶다.

올해 초 경제적 자립을 원했고, 어쩌다 보니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 실현됐다.

 

돈을 많이 벌고,

사업적으로 성공하고,

전문기술자가 되어 높은 보수를 받는 등의 상황은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다.

있다 해도 내가 어찌해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 높은 기술력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사업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질을 가질 수 있도록 배우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주사위를 던져보는 수밖에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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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만 해도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고양감.
잘될 거라는 대찬 믿음이 가득했습니다.

새로 뭔가를 시작한다는 마음과
10년 간 부모님과 함께한 사업을 그만두고 나가는 것이,
더 큰 책임감을 갖게 해 주었던 거 같아요.

한 달 정도가 지난 지금 제 마음은 어떨까요?
저는 차분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해가 떴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요즘 같은 변덕스러운 날씨 같아요.

어서 전문가가 되고 싶고,
큰돈을 벌고 싶고,
내 사업을 다시 하고 싶고,
조급함이 가득한 요즘이에요.

그래서 유튜브도 시작하고,
이렇게 블로그 글도 쓰고 있지요.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하면 쉽게 지치는 타입이라
일단은 우선순위 1만 열심히 해보려 합니다.
준공 취급을 받을 수 있도록
전기 쪽 지식과 경험에 꾸준히 시간을 투자해 봐야겠어요.

좋은 날이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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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 번째 미션은 볼라드의 앙카볼트와 너트가 체결되어 있는 부분에 고무로 된 캡을 씌워주는 간단한 미션. 비 온 뒤 흙 등이 나사산 사이에 스며들어서 청소가 선행되어야 하는 작업이다.

캡은 왜 씌우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지난번 카스토퍼 제거 작업하던 때가 떠올랐다. 나사 쪽에 습기가 차면 녹이 슬어서 나중에는 너트제거가 불가능해진다. 야마 난다고 표현하는 거 같다.

작업하다 잠시 쉬는 타임. 일을 하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문뜩 살아있는 것에 감사할 때가 있다. 일할 수 있고, 가족들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게 감사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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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현장에 투입된 지 어느덧 4주 차다. 3개월 정도 소요되는 아파트 공사를 시작하고 난 뒤 투입되었는데, 우리 집만큼이나 정겹다.

전기일 덕분에 오늘은 공동구라는 곳에 들어오게 되었다. 먼지 투성이라 방진마스크가 필수이다. 이곳에는 물이 지나다니는 배관부터 통신케이블, 전기케이블 등이 철제 트레이에 난잡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아파트 관리소 직원들도 자주 올 일이 없지 않을까? 자주 다니고 싶지는 않은 곳이다. 숨쉬기가 힘들다!

이 길이 제일 좋다. 왜냐하면 밥을 먹으러 갈 때 반드시 지나다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을 시작하면 살이 쪽쪽 빠질 거라 기대했는데, 밥을 너무 잘 먹어서인지 잘 안 빠진다. 땀을 비 오듯 흘리는데...


어쨌든 오늘 점심은 해물 짜장 곱빼기를 시켰다. 맛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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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교보문고에서 김창완 님의 책을 집어 들게 됐다. 내게는 별에서 온 그대에서 변호사 역할을 맡았던 그 모습이 마음속에 남아있는 거 같다. 그래서 보면 반갑고, 정겹고 그렇다. 

별그대 김창완 - 출처 : newsen

 

찌그러져도 동그라미라니. 생각 해본 적도 없는 얘기다. 동그라미를 그려본 적도 별로 없지만, 찌그러진 동그라미는 생각도 안 해본 거 같은데, 무슨 얘기일까 궁금했던 거 같다.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한국 대중문화에 가장 독보적인 자취를 남긴 뮤지션 김창완의 에세이가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출간된다. 김창완은 1977년 산울림으로 데뷔해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선보이며 가요계에 큰 획을 그었다. 그의 곡들은 아이유, 장범준, 김필, 스트레이 키즈 등 후배 가수들에 의해 다시 불리며 끊임없이 재탄생되고 있다.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는 김창완이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청취자들에게 답한 편지와 매일 아침 직접 쓴 오프닝을 엮었다. 손으로 그린 47개의 동그라미 중 두어 개만 그럴듯한 것처럼, 회사생활도 47일 중 이틀이 동그라면 동그란 것이라고 위로한 편지는 SNS와 블로그에 오랫동안 화제가 되었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청취자에게 산울림 막내 김창익을 잃은 상실감을 고백하며 건넨 편지도 눈물겹고 따스하다.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에는 따뜻한 격려뿐 아니라 어그러진 일상에 실망할 것 없고, 매일매일 만들어지는 졸작들도 그 자체로 예쁘다는 김창완만의 인생관이 담겨 있다. 또한 어제의 슬픔과 비애를 ‘뭐, 별거냐?’ 하며 대수롭지 않게 털어버리고 오늘의 자전거 바퀴를 힘차게 굴리는 그만의 경쾌한 삶의 태도가 돋보인다. 과거의 영광이나 상처를 돌아보거나 아쉬워하지 않고 내딛는 걸음걸음에 집중하는 그의 태도는 그가 늘 현재진행형 아티스트인 이유를 보여준다. “‘거울 속의 나도 과거다.’라고 할 만큼 뒤돌아보지 말 것. 먼 미래도 어제만큼 멀지 않다는 걸 기억하길.” -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에서 가르치려들지 않지만 배우고 싶고, 툭 던지는 말이지만 그 안에 온기가 가득하다. 세대를 넘나드는 뮤지션 김창완의 에세이는 진짜 어른의 목소리에 목말랐던 독자들에게 따뜻한 선물이 될 것이다.
저자
김창완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일
2024.03.28
기분은 날씨 같은 것이라고. 
어떤 날은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지는 게 힘이 펄펄 나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몸이 진흙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몸이 힘들면 마음이 가라앉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것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날씨 같은 거라고 여기면 되는 거예요.
바람 불다, 비가 오다 그러다 햇살이 비추기도 하는 거거든요.
또 그러다 흐리기도 하고.

책 도입부를 읽으면서 김창완 님 특유의 말투가 머릿속에서 울리는 거 같았다. 말을 어쩜 이렇게 예쁘게 할까? 담백하다는 표현이 맞는 건가. 어쨌든. 뭘 보고 자라야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잠시 생각했다. 많이 써봐야겠지 뭐.

 

열심히 괴로워 하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책

학창 시절을 너무 허투루 보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20대 후반부터는 꽤 열심히 살았던 거 같다.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라는 미국 월스트리트 어딘가 사는지 마는지 하는 사람들의 조언에, 시간을 빼곡하게 채워서 살았다.

 

미라클 모닝, 아침 명상, 아침 운동, 출근길 스픽으로 영어회화 공부, 점심시간에는 프로그래밍 공부, 집에 와서는 독서, 아이들 재우고 게임 개발... 딱히 싫지는 않았던 거 같다. 스스로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도 있었고, 뭔가 성장하고 있다는 즐거움도 있었으니까.

 

문제는 강박이었다. 빼곡한 투두리스트 중 뭐 하나라도 빠트려놓은 날은 시작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사람 사는 게 계획대로 될 수 없는 건데, 내 계획이 틀어지면 그것이 짜증 났다. 당연히 겉으로 드러났고, 부정적인 감정은 쉽게 사람들을 괴롭혔겠지. 아내나 아이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꽤 힘들게 했던 거 같다.

 

다행히도 이런 강박적인 태도가 문제라는 것은 빨리 알아차렸다. 그래서 최근 몇 개월 동안은 조급해하지 않고, 마음에 여유를 갖자는 태도로 하루하루를 보내왔던 거 같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찌그러져도 동그라미라는 책은 꼭 나를 위로해 주는 거 같았다.

세상살이라는 게 그렇게 자로 잰 듯 떨어지지 않습니다.
좀 여유롭게 생각하세요.

너무 매일매일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위에 그린 동그라미를 네모라고 하겠습니까,
세모라고 하겠습니까?

그저 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들입니다.
우리의 일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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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70m 정도의 케이블을 포설하는 날. 지원팀 2분이 빠지면서 7명이서 하던 작업을 5명이서 하게 되었다. 혼자 케이블 당기는 거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반가운 포터가 등장! 포터가 엄청난 마력으로 케이블을 당기는 임무를 맡게 됐다.

오전에 작업할 케이블 드럼. 한 통에 174m씩 감겨져 있다. 다른 현장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우리 팀은 장거리 포설 작업에는 바(밧줄)과 PVC 파이프 관을 연결하여 작업한다. 상당히 너저분해 보이지만 작업 후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쓰레기들을 항상 치운다.

다른 방향으로 포설해야하는 케이블은 8자 형태로 감아둔다. 굵기에 따라 다르지만 피뵈 안에는 구리선이 있는데, 잘 구부러지지 않는다. 매우 단단하고, 장력이 강해서 조심해야한다. 튕긴 구리선에 맞아서 골절상을 입은 분도 있다고 전해들었다.

젖은 손, 젖은장갑으로 줄을 당기다 보면 이렇게 손바닥이 까져버린다. 아마 경력이 쌓일수록 내 손은 굳은살 덩어리가 되지 않을까...한창 야인시대를 보던 학창 시절에는  단단한 손이 남자의 상징이라 생각했었다. 그렇다. 알파메일의 손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을 마무리 한 뒤 우두커니서서 잠시 영상을 찍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뿌듯했다. 힘든 일을 끝내고 난 뒤의 만족감? 집에가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볼 수 있다는 해방감? 어쨌든. 오늘 하루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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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 다음 현장은 화곡이다. 나는 전기 조공으로써 전기차 충전기 설치 보조를 다니고 있다. 다른 현장은 모르겠으나 지금 내가 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가 않다.

선임기공 공구 챙겨드리고, 사다리 옮기고, 케이블 당기고 힘쓰는 일 정도 하면 된다. 나는 조금 더 빨리 배우고 싶은 마음에 하루 일과가 끝나면 그날 업무일지를 쓰면서 회고하고 있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날이라 식겁한다. 지하 작업 도중 물이라도 넘치면 어쩌나... 겁쟁이 일꾼은 이렇게 마음 졸이며 일을 다닌다.

오늘 포설할 케이블들이다. 케이블을 전기실 등에서 끌어다 쓰기 위해 케이블을 천장 또는 지중에 까는 작업을 포설이라고 한다. 현재 대부분 아파트, 오피스텔에 작업을 들어가서 업무 프로세스는 비슷한 편.

그러나 신축인지, 구축인지에 따라 다르고, 건물 마다 환경이 제각각이라 작업 난이도가 매번 다르다.

 

수 십 미터 되는 거리의 케이블을 두 사람이 손으로 잡아당겨야 하는데, 고되다... 모터로 감아서 당기는 기계도 있다고 하던데 사줬으면 좋겠다. 

점심은 케이블을 다 풀어놓은 드럼통을 눕혀놓고, 중식을 시켜 먹었다. 이런 것도 노가다의 낭만이라면 낭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렸을 때는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무조건 편한 일! 고생 안 하면서 큰돈 버는 일! 만 찾아 헤맸었는데, 요즘 들어 현장 기술이 나와 꽤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나는 즉각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나 지식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잘하기도 하고. 그래서 게임 개발 공부를 꽤 열심히 했었고, 재미있게 했었다.

 

 

ㅇ오전 작업을 마무리 하니 소나기도 그쳤다. 아직 작업이 좀 남긴 했지만, 뿌듯하다! 내가 가진 기술로(정확히는 아직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일은 즐거운 거 같다. 노가다하면서 무슨 그렇게까지 생각하냐 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렇다. 

 

지금 당장 내가 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거 같고, 남들과 비교하면 한없이 초라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에게 맞춰져있는 기준을 나에게로 옮기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자주 글로 정리해 보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언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전기 일을 열심히 배워서 자격증을 따고, 기술을 활용해 창업을 하고 싶다. 이케아에 가면 잘꾸며진 쇼룸을 보면 나도 저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그래서 전기기술을 활용해 공간과 관련된 사업을 해보고 싶다. 어떻게 연결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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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조공으로 일을 시작한 지 벌써 3주 정도가 됐다. 현장의 무자비함(?)과 폭언, 욕설 등을 어느 정도 예상했었는데, 다행히도 좋은 분들과 일을 하게 되었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아침의 여유가 아닌가 싶다. 나는 매일 맥주를 3,4캔 씩은 마시고 잤었다. 그 때문에 다음 날 아침에 엄청난 피곤이 동반되고는 했다. 전기 현장에 나가고 나서는 자연금주가 된다. 다음 날 새벽 5,6시에 기상해서 현장으로 가야 되기 때문에 체력관리가 필수다.

역시 환경설정만큼 나약한 인간에게 극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은 없는 거 같다.

노가다 입문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것이다. 이것저것 찾아보면 못한다. 그리고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므로, 직접 겪어보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리서치는 오히려 편견을 갖게 할 수도 있기에... 어찌 됐든 마곡 노가다는 순한 맛으로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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