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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36살이 되는 2024년은 아버지와 고물상을 시작한 지 10년 차가 되는 해이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큰 걱정 중 하나가 '하다가 망하면 어쩌지'였는데... 최악의 경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나는 떠나기로 결심했다. 자영업자 대부분이 5~8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닌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참 감사하게도 운이 좋았다. 10년 동안 망할 위기 없이 아이를 둘이나 키웠고, 온 가족이 달라붙어 먹고 싶은 거 먹으며 배불리 살았다. 내 집 마련까지 했으니(지금은 없지만) 자영업자로써 경험해 볼 수 있는 감사한 일들을 많이 해본 셈이다.

 

이제는 위기다. 더 이상 모두가 붙어 있을만큼의 돈을 벌 수가 없다. 고물상은 경기를 정말 심하게 탄다. 특히 제조업. 굳이 통계를 내보지 않아도 내가 있는 산업단지의 제조업체들은 모두 망해가고 있다. 잘 나가던 제조업체들도 매출이 반토막 나기 일쑤고, 처음부터 큰 경쟁력이 없었던 쪼끄만 회사들은 이미 문을 닫았다.

 

그들이 만든 제품의 부산물을 매입하며 살아가는 고물장수는 이 흐름을 이겨낼 방도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막연하게 버티기에는 내 나이도 곧 40이고, 이러다 망하면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 같았다. 불안감은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고, 노가다판에서 전기를 배워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했다.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

전기를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은 깊은 고민에서 나온 결론은 아니었다. 친척분이 전기 쪽 현장에서 오래 근무를 하고 계셨었고, 일을 좀 배울 수 있냐고 허락을 구했고, 바로 OK사인이 떨어졌다. 이 것 역시 참 감사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친척이 아니었다면 생판 모르는 남에게서 싫은 소리 들어가며 배우지 않았을까...

 

어찌 됐든 10년 차 고물장수의 생활을 끝내고, 새로 뭔가를 배운다는 사실이 설레기도 한다. 동시에 두렵다. 동네 구멍가게로 사장이었고, 위에는 아버지 하나뿐이었다. 이제는 나이를 떠나 내가 가장 초보이고, 배워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남밑에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모두를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배우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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