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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꾸준히 하지 못하는 나라도 계속해서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언제나 빠른 실행력을 바탕으로 흥미가 생기는 것은 바로 실행에 옮겨왔다. '오 이거 재밌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내가 그릴 수 있는 가장 큰 성취를 떠올리며 도파민에 취한다. 그리고 길게 가면 1주일, 짧으면 수 시간 만에 열정은 눈 녹듯 사라져 버린다. 이 일을 반복하기를 10년이다. 실제로 10년 전 내가 군생활 때 작성한 수양록을 보면 지금 일기장에 쓴 얘기들과 똑같은 얘기를 아직도 하고 있다. 

 

어찌됐든 이제 더 늦으면 안된다. 40이 코 앞인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닐까. 내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고, 꾸준히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래밍

나는 초등학교 5학년 쯤에 큐베이직이라는 것으로 프로그래밍 과외를 받았었다. 실력이 출중한 편은 아니었지만, 나름 잘 따라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맘때 나의 장래희망은 '프로그래머'였다. 뭐가 뭔지도 모른채 적어낸 거겠지만 그 땐 그랬다. 

 

이 관심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다. 프로그래밍과 1도 관련이 없는 학과에 진학했고, 취업했지만 마음 한 켠에는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이 항상 있어왔다. 그래서 파이썬부터 시작해서, C언어, C#, html, javascript까지 어느 정도 핥아 먹어봤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코드를 짜면서 뭔가를 만드는 행위에서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거 같다. 그저 개발자들이 몇 십억을 벌었네, 어쩌네 하는 결과만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생각만 하는 거 같기도 하다. 이런거 만들어볼까? 이거 재밌겠는데? 라는 아이디어는 자주 떠오르지만 막상 만들려고 하면 못한다.

 

이 것이 그냥 내가 극복해야 할 문제인 것인지, 프로그래밍 자체에 흥미가 없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책이나 영상으로 실습을 하면서 프로그래밍 지식을 채워 나가는 것은 재밌다고 느끼는 거 같은데, 스스로 만들려고 하면 하기가 싫어진다. 왜일까? 어려움 앞에서 항상 포기나 다른 대안을 선택해왔던 것 같은데 그 것이 습관이 된 탓일까?

 

영상편집

유튜브가 항상 뜨고 있을 때 '영상 편집이나 해볼까?'하고 비됴클래스 채널의 강의들을 보기 시작했다. 역시 배우는 일은 재밌었고, 바로 돈도 벌어보고 싶어서 아주 낮은 페이로 편집자를 자처해 건당 3만원 짜리 일을 맡게 됐다. 그리고 2주 뒤 운이 좋게 10만 정도 되는 게임 채널에서 월급 160만원을 받게 됐다.

 

영상 편집이 뛰어나진 않았다. 근데 4,5시간 되는 영상에서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맥락을 만들어 내는 일, 시의 적절한 짤을 사용하는 것은 제법했던 거 같다. 3개월 정도 하고, 지쳐 떨어져 나갔지만 할 때만큼은 열심히 했던 일이었다. 결국 남 밑에서 일하는 게 싫어서 내 채널을 시작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소스'를 만들어 내는 게 너무 버거운 일이었다.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부터 다음 티스토리, 워드프레스 블로그까지 모두 해보았다. 네이버 블로그는 일 방문자 500,600 명 정도까지 하다가 접은 거 같고, 워드프레스는 블로그 개설을 하고 글을 쓰다가 애드센스 승인을 받은 뒤 접었다. 그렇게 만든 블로그 사이트만 20개가 되는 거 같다.

 

글 역시 잘 쓴다는 생각은 안 든다. 그런데 어떤 형태로도 오랜 시간 동안 글을 써오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유튜브 대본을 만드는 것부터 일기를 쓰거나 생각을 정리할 때도 글을 쓴다. 열정이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일인 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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