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 다음 현장은 화곡이다. 나는 전기 조공으로써 전기차 충전기 설치 보조를 다니고 있다. 다른 현장은 모르겠으나 지금 내가 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가 않다.
선임기공 공구 챙겨드리고, 사다리 옮기고, 케이블 당기고 힘쓰는 일 정도 하면 된다. 나는 조금 더 빨리 배우고 싶은 마음에 하루 일과가 끝나면 그날 업무일지를 쓰면서 회고하고 있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날이라 식겁한다. 지하 작업 도중 물이라도 넘치면 어쩌나... 겁쟁이 일꾼은 이렇게 마음 졸이며 일을 다닌다.
오늘 포설할 케이블들이다. 케이블을 전기실 등에서 끌어다 쓰기 위해 케이블을 천장 또는 지중에 까는 작업을 포설이라고 한다. 현재 대부분 아파트, 오피스텔에 작업을 들어가서 업무 프로세스는 비슷한 편.
그러나 신축인지, 구축인지에 따라 다르고, 건물 마다 환경이 제각각이라 작업 난이도가 매번 다르다.
수 십 미터 되는 거리의 케이블을 두 사람이 손으로 잡아당겨야 하는데, 고되다... 모터로 감아서 당기는 기계도 있다고 하던데 사줬으면 좋겠다.
점심은 케이블을 다 풀어놓은 드럼통을 눕혀놓고, 중식을 시켜 먹었다. 이런 것도 노가다의 낭만이라면 낭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렸을 때는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무조건 편한 일! 고생 안 하면서 큰돈 버는 일! 만 찾아 헤맸었는데, 요즘 들어 현장 기술이 나와 꽤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나는 즉각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나 지식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잘하기도 하고. 그래서 게임 개발 공부를 꽤 열심히 했었고, 재미있게 했었다.
ㅇ오전 작업을 마무리 하니 소나기도 그쳤다. 아직 작업이 좀 남긴 했지만, 뿌듯하다! 내가 가진 기술로(정확히는 아직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일은 즐거운 거 같다. 노가다하면서 무슨 그렇게까지 생각하냐 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렇다.
지금 당장 내가 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거 같고, 남들과 비교하면 한없이 초라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에게 맞춰져있는 기준을 나에게로 옮기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자주 글로 정리해 보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언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전기 일을 열심히 배워서 자격증을 따고, 기술을 활용해 창업을 하고 싶다. 이케아에 가면 잘꾸며진 쇼룸을 보면 나도 저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그래서 전기기술을 활용해 공간과 관련된 사업을 해보고 싶다. 어떻게 연결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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